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아온 만큼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하다.
그렇다보니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는 이름값만 듣고 플레이 했다가 생각보다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뀜에 따라 설령 젤다라 할지라도 인상깊은 경험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
오늘은 2021년 지금 플레이해도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도 추억으로 되새길 수 있을만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젤다의 전설 (1986)
- 플랫폼: 패밀리 디스크 시스템, NES, 패미컴 미니, 게임앤워치 젤다 에디션,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젤다의 전설의 첫 작품은 어떤 이에게는 기약없이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플레이어에게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면 될지 어떠한 힌트도 주지 않는 다소 투박하고 불친절한 면모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랜 시간 작품의 가치를 지켜낸 강점이 됐다.
플레이어마다 게임에서 기대하는 것, 목표하는 것, 실제 경험하는 것이 천차만별이다보니 파고들어 연구할 요소가 많아 특히 자유도 높은 게임을 선호하는 서양에서 굉장한 인기를 누렸다.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정해진 순서로 진행해 게임을 빠르게 클리어하겠다는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차례차례 클리어하는 게임을 선호한다면 포스팅 말미에 언급할, 보다 선형적인 게임들을 추천한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탐색과 시도, 발견에 스스로 의의를 두고 적극적으로 게임 속 세계를 탐험할 때 그 재미가 빛을 발한다.
초반에 상대하기엔 터무니없이 강한 적을 만날 수도 있고, 어찌어찌 헤매다보니 숨겨진 던전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이 플레이어 고유의 경험으로 온전히 기억 속에 자리잡을 것이다.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 플랫폼: N64, 3DS(리메이크),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확장팩
시간의 오카리나는 나이를 먹지 않았다.
게이머들이 나이를 먹었을 뿐.
당대에 최고라고 불렸던 평가나 점수 따위는 크게 신경쓰지 말자.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낄 수 있는 놀라움과 긴장감, 도전과 성취가 화려한 미사여구에 가려져서는 안된다.
동화같은 장면, 사랑스러운 캐릭터, 의외로 어두운 성인 파트, 시리즈를 관통하는 최종보스 가논의 실체.
이 게임을 클리어하고나면 젤다 시리즈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스토리로 보나 게임플레이로 보나 3D 젤다의 원점이자 기준인 이 게임을 우선 플레이 해보길 권한다.
젤다의 전설 바람의 지휘봉
- 플랫폼: 닌텐도 게임큐브, Wii U(HD 리메이크)
바람의 지휘봉은 시간의 오카리나의 직속 후계작이자 카툰 스타일 젤다의 기원이 되는 작품이다.
당시에도 뛰어난 셀셰이딩 그래픽으로 극찬을 받았지만, HD 리메이크를 통해 다시 한번 시대를 초월하는 비주얼을 뽐냈다.
시간의 오카리나보다 시스템적으로 성숙한 덕에 플레이어가 헤맬 여지는 줄어들고, 자유롭게 탐험할 길은 더욱 폭넓어졌다.
흰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했던가.
망망대해를 탐험하는 로망을 이 작품보다 잘 살려낸 게임은 없다.
귀여운 그래픽에 대비되게 전투 타격감은 시리즈 최고 수준이다.
스위치로 이식해줘. 제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 플랫폼: Wii U, 닌텐도 스위치
초대 젤다의 전설이 보여주는 자유도와 와일드한 난이도를 계승하고, 거기에 짜임새와 컨텐츠를 잔뜩 보강한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은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스위치를 가지고 있는가?
그럼 일단 사라.
스위치가 없는가?
스위치와 이 게임을 사라.
젤다의 전설 무쥬라의 가면
- 플랫폼: N64, 3DS(리메이크),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확장팩(추가예정)
젤다다움에서 탈피했다는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보다 더 이질적인 젤다가 이 작품이다.
시간의 오카리나에서 꽤 많은 애셋을 가져왔고 스토리도 바로 이어지지만, 구조적으로는 차이가 크다.
플레이어는 세상의 종말을 3일 앞두고 제한된 시간 동안 모험을 하다가, 멸망 전에 다시 시간을 3일 전으로 돌리는 것을 반복한다.
획득한 아이템, NPC의 기억도 모두 리셋되지만, 제작진은 영리한 방식으로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모험이 진척되도록 만들었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게임 이벤트가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지 못해도, 시간을 되돌려 다시 시도할 수 있다.
모험이 진행됨에 따라 똑같은 일련의 사건에도 새로운 방법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의 오카리나보다 시간이라는 요소를 참신하게 다루는 게임이다.
전반적으로 호러 분위기가 있지만, 나 같은 호러울렁증도 소화 가능한 정도니 걱정할 건 없다.
현역임에도 제외한 게임들과 그 이유
꿈꾸는 섬
- 플랫폼: 게임보이, 게임앤워치 젤다 에디션, 닌텐도 스위치(리메이크)
꿈꾸는 섬은 몽환적인 배경과 스토리, 2D 젤다로서 완성된 시스템을 갖춘 훌륭한 작품이다.
선형적인 플레이를 선호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지금 플레이 해보면 다소 젤다라는 틀에 갖혀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작과 리메이크 모두 개인적으로 할 땐 재밌었지만 마음 속 깊이 남은 작품들은 아니었다.
게임의 진행에 있어 선택의 다양성이 좁고 컨텐츠 분량도 적은 편이다.
웬만큼 꼼꼼하게 플레이하면 1회차만으로 모든 컨텐츠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다.
다시 플레이하면 몰랐던 요소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위 작품들과는 그 점에서 가장 다르다.
스카이워드 소드
- 플랫폼: Wii, 닌텐도 스위치(HD 리메이크)
스카이워드 소드 HD는 개인적으로 구매를 스킵한 유일한 젤다다.
물론 원작은 Wii로 충분히 즐겼고, 재미도 있었다.
새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특유의 감각은 지금도 추억으로 남아있다.
다만, 이 게임은 Wii 모션 조작에 굉장히 특화된 게임이다.
스위치의 자이로 컨트롤 방식은 Wii의 모션 추적 기능과는 차이가 있어 완전히 동일한 감각으로 모방할 수는 없다.
여기에 휴대 모드까지 고려해 버튼 액션이 새롭게 추가됐는데, 필수적인 보완점이지만 개선점이라고 보긴 어렵다.
모션 조작 채용으로 까이기도 많이 까였지만, 모션 조작만의 쾌감을 가장 잘 살린 게임이기도 하기 때문에, 버튼으로는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HD 리메이크를 차치하고 원작 컨텐츠만 보더라도, 이미 3D 액션 어드벤처 장르가 이 게임 이후로 너무 많이 진보했다.
당시에 나름 신선했던 필드의 던전화도 지금은 특별히 놀라울 것이 없다.
무엇보다 그 동안 게임 애니메이션이 비약적으로 발전해버려, 이 게임에서 링크가 걷고 뛰는 모션을 보고 있자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어색함이 느껴진다.
원작을 플레이 해본 적 없는 게이머라면 지금도 충분히 즐길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Wii 모션 컨트롤을 제외했을 때 이 작품만의 커다란 임팩트를 생각해내기가 어렵다.
내가 직접 스위치로 자이로 조작을 해보지 않았으니 독자가 이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마치며
어린 시절 젤다를 플레이해 본 이라면 게임의 어느 한 장면 쯤은 마음 속 깊이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어린 아이의 순수하고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돌아가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젤다 시리즈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워낙 정성을 다해 만들어진 게임들이다보니 시리즈 안에서 특별히 떨어지는 작품을 집어내기도 힘들다.
다만, 시대를 초월해 지금까지도 그 만의 개성으로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들은 지금 어떤 최신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점에서 한 번 쯤 소개하고 싶었다.
바람의 지휘봉과 무쥬라의 가면을 스위치로 플레이할 날을 함께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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