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로 제로(Fatal Frame) 5편인 <누레가라스의 무녀>가 리마스터 출시됐다.
제로 시리즈는 귀신 찍는 카메라 <사영기>를 활용하는 호러 어드벤처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시리즈에서 이 게임이 처음인데, 할로윈 분위기를 타고 구매해봤다.
공포 분위기
귀신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좀비 게임과는 확연한 차별점을 갖는다.
캐릭터의 몸이 물에 젖었는지 여부에 따라 귀신이 더 잘 쫓아온다.
그런데 이 귀신들이.. 섹시하다.
가슴골을 드러내고 다가오는 물귀신들을 보고 있자니 도망가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된다.
야한 상상을 하면 무서운 생각을 쫓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물귀신이 크게 무섭지 않다.
물귀신 말고 탐색 중 불쑥불쑥 나타나는 일반 귀신들은 충분히 플레이어를 놀래켜줄 수 있다.
다만, 일반 귀신들은 나올때마다 즉각 사진을 찍어줘야 하는 수집대상에 가깝기 때문에 위협적이지 않다.
게임에 익숙해질 수록 일반 귀신이 주는 공포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무형의 귀신을 활용한 공포 연출은 얼마든지 다채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후의 연출을 기대해본다.
여성 캐릭터 활용
이 게임의 개발사는 테크모(현 코에이 테크모)다.
DOA 시리즈의 그 테크모.
명성에 걸맞게 여성 캐릭터의 섹스어필에 굉장히 신경을 썼다.
앞에 언급한 물귀신은 물론, 주인공을 포함한 주요 여성 캐릭터 모두 대단히 미녀다.
물에 젖을 때마다 적나라하게 몸에 달라붙는 옷 연출을 보면 이 게임이 단지 무섭게 해주려고(?) 만든 게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테크모는 섹시한 여캐를 만드는 기술력을 갈고닦아 DOA 시리즈를 존속시켜왔다.
일종의 미녀팔이로 나름의 팬덤을 형성한 것이다.
DOA 만들면서 쌓은 여성 캐릭터 제작, 연출 노하우를 <제로 누레가라스 무녀>에 재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스트 모핑이 적극적으로 적용된 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포에만 집중하고 싶은 호러 마니아에게는 작품 특유의 섹스어필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인게임 화폐로 언락할 수 있는 가지각색의 코스튬이 존재해 수집에 대한 동기부여로 작용하는 장점도 있다.
게임플레이
으스스한 흉가를 탐험하며 유령들을 열심히 촬영한다는 컨셉은 상당히 신선하다.
카메라 조작도 자이로와 아날로그 스틱으로 가능해서, 쾌적하고 직관적이다.
원래 Wii U(위 유)로 나온 작품인데, 카메라를 손에 들고 탐험하는 제로의 컨셉에 위 유는 찰떡같이 잘 맞는 콘솔이다.
스크린이 장착된 위 유의 컨트롤러가 그대로 플레이어의 손에 들린 카메라처럼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유의 더블스크린 컨트롤은 계승하지 못했지만, 자이로 컨트롤을 지원하는 닌텐도 스위치도 이 게임과 좋은 궁합을 보인다.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이동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특히 걷는 속도가 굉장히 느려서 느릿느릿 걷는 동안 없던 공포감이 생겨날 정도다.
호러 게임에서 이동에 제약을 걸어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것은 오래된 기법이지만, 바이오하자드와 비교해봐도 이 게임의 걷는 속도는 느린 편이다.
그에 맞게 레벨디자인은 좁은 공간에 오밀조밀하게 구성된 편이어서, 게임 진행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이동속도는 그렇다쳐도, 컷씬이 자주 등장하는 점은 확실히 불편하게 느껴진다.
게임 진행을 굉장히 자주 끊어먹는데, 그 중에는 반드시 컷씬이 아니어도 될 만한 장면도 많다.
단순한 캐릭터 사이의 대화라던지, 주인공 캐릭터가 불안한 표정을 짓는 장면까지 하나하나 컷씬으로 연출한다.
주류 트렌드가 컷씬을 줄이는 방향이 된지 오래라, 요즘 게임에 익숙한 이들에게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직 초반부인 만큼 튜토리얼 성격의 컷씬이 유독 많은 것일지도 모르나, 전반적으로 컷씬을 자제한 게임이 아닌 점은 분명해보인다.
에피소드를 클리어할 때마다 랭크가 부여되는 시스템은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높은 랭크를 목표로 에피소드를 반복 진행하며 게임 시스템을 숙달하고 숨겨진 요소를 찾도록 의도된 시스템이다.
휙휙 지나가는 귀신이나 숨겨진 아이템이 많기 때문에 한 번만 플레이해서는 준비된 콘텐츠를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
레벨들이 서로 긴밀하게 이어져있지 않고 에피소드별로 분리되어 제공되는 형식이라 짧은 호흡으로 플레이하기 적합하다.
마치며
제로 시리즈는 매우 참신한 컨셉을 가지고도 크게 흥행한 적이 없는 불운의 시리즈다.
참하고 여성미 물씬 나는 주역 캐릭터에 너무 집중한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은 있다.
하지만 바이오하자드와 차별화되는 게임플레이를 제공한다는 점만으로 보다 깊이 탐구해볼 가치가 있어보인다.
공포장르, 귀신물에 익숙한 이들에게 어떨지는 모르겠다.
호러 게임에 입문하는 이들이라면, 지나치게 무섭지 않은 이 게임이 오히려 제격일 수 있다.
'게임 리뷰 & 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에 해본 팬텀페인은 어떤 게임? (0) | 2021.11.08 |
---|---|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 게이머라면 반드시 (0) | 2021.11.02 |
지금 해도 재밌는 슈퍼패미컴 명작선 (0) | 2021.10.26 |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 장대한 인질극의 서막 (0) | 2021.10.25 |
메트로이드 드레드 첫인상 (0) | 2021.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