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페인이라는 부제가 이렇게까지 딱 들어맞게 될 줄이야.
코지마 히데오의 이름만으로 메탈기어 솔리드 5 팬텀 페인은 기대할 만한 게임이었다.
시리즈 내내 지적받은 잦은 컷신과, 스토리 위주의 선형적인 구성을 타파한 팬텀 페인은 그야말로 완벽한 작품으로 돌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기획된 분량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미완의 상태로 출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팬텀 페인은 많은 이들에게 씁쓸함을 안기고 말았다.
미완으로 출시됐다는 충격이 잦아들 만큼 시간이 지나니, 이 게임에 대한 보다 냉정한 평가가 가능해진 듯 하다.
당시에 게이머들이 그토록 게임의 분량에 아쉬워했던 것도 사실 절대적으로 볼륨이 작았기 때문은 아니다.
팬텀 페인은 완전히 구현된 1장을 플레이하는 데만 최소 20시간 이상이 걸리고, 엔딩까지 보려면 40시간 이상 플레이해야 한다.
사이드 미션을 비롯한 부가요소까지 고려하면 100시간 이상 갖고 놀 수 있는 풍성한 볼륨을 자랑한다.
거기다가 번들로 제공되는 메탈기어 온라인은 팀배틀 특성상 끝이 없는 컨텐츠라고 할 수 있다.
아쉽게도 PS3과 엑스박스360 버전은 2022년 5월에 서비스 종료될 예정이지만, PC와 플스4, 엑스박스 원에서는 여전히 플레이 가능하다.
오픈월드가 게임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을 때, 메탈기어의 오픈월드화는 그런 유행의 곁가지 정도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웬걸, 지금의 기준에서도 오픈월드 장르 내에 이 정도로 훌륭한 샌드박스를 제공하는 게임은 드물다.
탄탄한 게임 메카닉을 기반으로 코지마 특유의 다양한 플레이 기믹들이 존재한다.
플레이어가 상상하고 실험해보기 나름이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에서 지금까지도 새로운 플레이 방식이 발굴되는 것처럼, 적병 AI를 속이고 괴롭히는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스토리를 완결짓는 진짜 엔딩은 끝내 수록되지 못했지만, 게임은 플레이어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완성되고 있는 모양이다.
똑같은 상황에 처해도 플레이어마다 각양각색의 해결법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메탈기어 시리즈의 진정한 강점일지도 모른다.
코지마의 최신작 데스 스트랜딩은 소니의 지원 하에 제대로 완결되어 출시됐지만, 스토리에 비해 게임플레이는 빈약하다.
게임 메카닉은 일관성이 결여됐고, 플레이의 밀도는 여느 AAA 게임에 비해 턱없이 낮다.
플레이 도중의 배경음악과 컷씬을 감상하는 게임으로 봐도 될 정도인데, 이 점이 어떻게 보면 팬텀 페인과 정 반대의 상황이다.
코지마 특유의 장황한 대사와 복잡하기 그지없는 스토리가 그야말로 폭주해버린 데스 스트랜딩은 플레이어가 게임에 참여하고 개입할 여지를 줄여버렸다.
반면에 팬텀 페인은 플레이어를 또 한명의 스네이크로 완성시킨 시점에 스토리가 끝나버리지만, 덕분에 이후의 전개를 온전히 플레이어에게 맡기게 된다.
그것이 팬텀 페인이 지금 처음으로 플레이해도, 그리고 몇년 후에 다시 플레이해도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게임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 게임에서 겪는 수많은 상황은 고유하고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이제는 끝나버린 메탈기어의 빈자리가 마음 한켠의 환상통이 되었지만, 이 게임으로 앞으로도 얼마든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나니 비로소 안심이 된다.
클래식 게임들이 늘 그러하듯이, 2021년에도 팬텀페인은 재밌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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