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오브 워 시리즈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플스 독점작 중에서도 최상위 퀄리티를 유지하는 효자 타이틀이었다.
헤일로 때문에 엑스박스를 구매하는 게이머가 있듯, 갓 오브 워 하나만으로도 플스를 구매할 강력한 요인이 된다.
그런 갓 오브 워가 플레이스테이션 브랜드의 엄격한 관리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는 분위기다.
발매예정작인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가 PS5 발매 연기와 함께 PS4로도 출시된다는 사실이 공개됐고, 2021년 10월에는 충격적이게도 갓 오브 워 4의 PC판 예약구매가 시작됐다.
갓 오브 워가 가진 강력한 하드웨어 견인력을 생각할 때 의아한 결정이었다.
일부 PC 게이머들은 플스를 살 이유가 줄어들었다고 플스 진영을 조롱하기도 했을 정도다.
사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의 여파로 플스5의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소니의 콘솔 사업 성과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는 점이다.
연말에 갓 오브 워의 PC 발매일을 공개함과 동시에 곧바로 예약판매를 시작한 것은 이번 회계년도 실적을 어떻게든 끌어올려보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거기다가 이번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한없이 장기화되고 있어, 라그나로크가 출시됐을 때에도 여전히 플스5의 가격이 정상화되기를 기다린 채 구입을 미뤄둔 게이머들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의 흥행은 그 자체로 플스 브랜드 이미지에 직결되기 때문에, 물량이 덜 풀린 플스5 독점작으로 고집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차세대 콘솔의 성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지 않은 점도 한몫 한다.
2021년 현재 그래픽이 가장 뛰어난 게임들 중 상당수가 플스4에서 구동된다.
라그나로크가 지향했던 차세대 그래픽도 최적화를 거치면 플스4로 충분히 돌아갈 정도였단 것이다.
마지막으로, 갓 오브 워 4의 경우 이미 플스4가 끝물에 접어든 만큼 하드웨어 구매요인으로서의 약발은 떨어질 만큼 떨어진 상태다.
오히려 판매 사이클의 막바지에 접어든 게임을 PC로 다시한번 불티나게 팔아제끼는 편이 손익 면에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믿을만한 루머에 의하면 블러드본의 PC 포팅 작업도 블루포인트 주도하에 완료된 상태다.
소니의 우수한 독점작들의 PC 발매는 다양한 시장상황에 대응할 좋은 카드가 되어주고 있다.
닌텐도와 약속한 독점기간이 끝난 후 칼 같이 PC 발매를 발표한 몬헌 라이즈와 달리, 파판 7 리메이크 PC판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그 대신 콘텐츠를 추가한 인터그레이드가 플스5로 발표되어, 이쪽은 PC 발매를 좀더 미루고 플스5 견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 같다.
MS에 인수된 베데스다가 스카이림의 임팩트를 뛰어넘을 혁신적인 신작을 내지 않는 한, 독점작 라인업에 있어 플스 진영의 파워는 앞으로도 압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블러드본 후속작이 개발 중이라는 루머, 꾸준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갓 오브 워, 앞으로 해먹을 게 너무 많은 파판7 등 고꾸라지기 힘들어보이는 견고한 성이 구축되어 있다.
엑스박스가 게임패스를 중심으로 서비스로서의 새로운 길을 구축하기 시작했지만,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밌는 게임을 할 수 있느냐 여부다.
블러드본, 완다와 거상 등 클래식 독점작들이 PC로 쏟아져나온다 한들 플스 진영이 위태로워지는 그림은 상상하기 어렵다.
어느 스튜디오에 얼마나 투자를 해서 어떻게 결과를 만들어야하는지에 대해서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최소 10년은 앞서있는 것이 지금의 소니이기 때문이다.
베데스다가 망가지지 않기를 걱정할 뿐이다.